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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명품을 만드는 장인·기능인 없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2021.02.04. 17:323 읽음
월간 품질그리고창의 2021년 2월호 특집
명품은 사회가 만든다
명품을 만드는 장인·기능인 없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배명직 기능한국인회 회장·기양금속공업 대표
경제성장이 한창이었던 1970~80년대, 우리나라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모든 분야에서 금메달을 수상할 만큼 기술을 닦고 기능인을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했다. 그러나 불과 몇십 년이 지난 현재 기술인을 희망하는 청년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유지하는 명품은 장인정신을 가진 기능인의 손에서 탄생하였으며, 그 창업정신은 현재에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편집자>
상품(혹은 서비스)에 매겨지는 가격은 대상물의 가치를 재화로 평가해 나타낸 것이다. 고객이 생각하는 가치가 가격에 부합하거나 더욱 높을 때 비로소 거래가 이루어 질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용도, 같은 종류의 상품에 따라 고객이 생각하는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예컨데 도자기 예술가가 혼을 담아 가마에 구워 만든 작품과 공장에서 생산되는 사기그릇이 같은 값을 매길 수는 없는 것처럼 같은 물건이라도 ‘누가 만들었는가’, ‘얼마나 정성들여 귀하게 만들었는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게 된다.
보다 나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생산자의 연구와 노력에 수량보다 가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소유자의 욕구가 결부되어 탄생한 것이 명품이다. 명품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며 인간의 손길이 미치는 모든 분야에서 문명의 발달을 이끌어 왔다.
도자기 예술가가 혼을 담아 만든 작품과 공장에서 생산되는 사기그릇에 같은 값을 매길 수 없다. 같은 물건이라도 ‘누가 만들었는가’, ‘얼마나 정성들여 귀하게 만들었는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게 된다.
명품은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다
명품 창출이 중요한 이유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연구와 노력을 이어가는 위대한 개척자의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1885년에 창업하여 세계 최고 자동차 브랜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벤츠, 1897년 할아버지 공장의 도제로 취업하여 대표적인 명품 패션브랜드로 자리잡은 루이비통, 5세기부터 이어져온 대장간 장인기술의 계승발전을 통해 명품 회칼로 인정받고 있는 사카이, 1781년에 출발하여 지속적으로 기술을 발전시켜온 일명 쌍둥이칼의 헹켈 등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명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적당히’, ‘충분함’을 넘어 미세하고 예상 못했던 부분까지 향상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확보해온 것이다. 최근 코로나19의 백신개발 사례를 보더라도 기술·노하우의 구축과 전문가들의 다양성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산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민족은 손재주가 좋고 재능이 뛰어나며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민족이다. 이를 증명하듯 기능올림픽이나 각종 기술인의 경기에서 전 분야 최고를 휩쓸 정도의 경이적인 두각을 나타냈었다. 바닥부터 다져온 전임자들의 노하우를 계승한 기술인 각 개인의 노력과 창의력의 결과였고 이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몇십 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기술을 배우고자하는 학생이나 청년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고 기술자인 명장, 명인들조차도 기술을 계승할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결과 독일, 일본 등의 전통의 기술강국과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국민에 필요한 숙련기술 습득을 장려하고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의 장인정을 고취·함양하기 위해 국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명장’, ‘국가품질명장’ 등 명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필자가 회장으로 몸담고 있는 사단법인 기능한국인회에서는 2006년 8월부터는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의 후원으로 다양한 산업분야의 성공한 기능인을 발굴하여 매월 ‘이 달의 기능한국인’을 선정, 숙련기술자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전환과 숙련기술자 우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 일본 등 전통의 기술강국은 기능인을 우대하고 기술 습득을 장려하는 사회적 풍토가 성숙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산업계의 노력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숙련된 기술로 세계 최고수준의 상품을 만들어 왔지만 자본력의 부족과 마케팅 능력부족, 가격경쟁력 등의 문제로 재고와 부채만 늘어갈 뿐 명맥유지는커녕 현상유지조차 힘들 악순환이 반복 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어려움이 극에 달하고 있는 바 기술인이 우대받고 한 가지 기술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분위기 창출이 매우 필요한 실정이다.
기능인이 우대 받는 사회가 되어야
편하고 잘살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질 향상, 국격을 높이는 일은 과연 누가 할 것인가. 문명의 발달과 산업의 효율성도 좋지만 장인정신이 깃든 기능인을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복을 공장에서 기성복으로 찍어내더라도 정장을 만드는 기능인의 영역을 보존되어야 하는 것과 같다.
현재의 제도안에서는 빛을 보지는 못하고 있지만, 자신의 일터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있다. 이들을 발굴해 대우하고, 진정 성공한 삶임을 인정하는 문화를 구축해 우리 청소년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의 끼와 열정은 기존 세대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각자가 가진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작게는 개인의 명예를 크게는 국가의 이익과 국위선양을 위해 정부는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산업 현장의 기술·기능인 또한 도전을 두려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남들이 이뤄놓은 것을 답습하거나 일부 개조하여 무임승차하는 것은 기능인의 자세가 아니다. 각자의 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각자의 기량을 높이는 과정에 자연스레 얻어지는 기술이나 기법은 하루아침에 터득하는 게 아니다. 타고난 기량도 중요하겠지만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기능인들은 늘 실패를 전제로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지금부터라도 법·제도 보완, 기술 우대의 사회적분위기 형성에 더욱 노력해 기술인이 번영하고 기술을 배우려는 청년들이 넘쳐나기를 바란다. 우리 대한민국이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고 전국 도처에서 명품들이 만들어져 세계를 향해 달려나갔으면 하는 희망 간절하다.